기분 좋은 감정으로, 그러니까 여행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만족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을 떠올리며 다음엔 여기 가겠다고 생각하는 건 오랜만의 일입니다.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다음에는 이것도 사고 싶다고. 근데 다음에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지지난 여행에서 카드 결제 취소한 부분이 있어, 그걸로 이번 항공권을 얼추 막아 은행 잔고를 덜 건드리고 다녀올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다음 여행은 항공권과 엔화를 둘 다 챙겨야 하니 쉽지 않을 겁니다.


M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국민은행에서 2월말까지 환전 수수료를 감해주는 모양이니 조만간 10배 조금 안되는 수준으로 환전해서 엔화를 더 쟁여두면 생각보다 빨리 다녀올 수도 있겠네요. 다만 요즘 G4에 대해 압박을 받는 건지, 진행이 전혀 안되는 것에 대해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있습니다. 그걸 해결해야 겠지요. 다시 말해 이번 연말까지 G4 1단계를 해결하고 나면 그 퀘스트 보상으로 내년 초쯤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1.여행지

고베보다는 교토. 교토보다는 도쿄나 삿포로가 더 끌립니다.


1.1 삿포로

체력이 된다면 삿포로에 가서 JR 패스를 쓰든, 아니면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든 해보고 싶지만 말입니다. 이전 여행에서 하코다테 다녀온 것이 꽤 괜찮았거든요. 오타루는 관심이 덜하지만 대신 삿포로랑 하코다테의 숙소, 그리고 저 멀리 오비히로는 다녀오고 싶습니다. 코스 각이 안나오는 것이 단점이죠.


1.2 도쿄

시부야 비론(Viron)의 아침 뷔페. 잼을 잔뜩 늘어 놓고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간다면 어디 안가고 느긋하게, 아마 숙소에서 뒹굴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ㅂ'


1.3 교토

교토야 뭐. 언제 가도 좋고. 최근에 교토를 하도 가서 잠시 다른 곳에 다녀오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긴 합니다.



2.쇼핑 혹은 할 일

쉬는 것. 먹는 것.


2.1 이노다 커피

이노다 커피의 드립백을 지지난 여행 때 사왔는데 D님이 이게 상당히 맛있다 하셔서..-ㅠ- 다음에 좀 더 사올까 고민중입니다. 다행히 도쿄는 마루노우치쪽 다이마루에, 삿포로 역시 다이마루에 이노다 커피 매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도쿄와 삿포로, 어디를 가든 구입 걱정은 없습니다.


2.2 케이크..?

근데 요즘 여행 갈 때마다 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케이크를 먹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입맛이 쓰니 맛도 덜 느끼고요.


2.3 헤드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도로 내려 놓은 것이 헤드폰. Bose QC25는 여전히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만.... 안 그래도 이모저모 확인했는데 상황이 조금 복잡하네요.


2.3.1 마지막 날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확인했을 때 QC25의 가격은 37800엔이었습니다. 아마존과 동일한 가격입니다.요도바시 카메라에서 구입하면 소비세 8%의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그리고 5%는 포인트 적립을 해주고요. 8%를 빼면 34776엔, 이의 5% 적립은 1738엔입니다. 그럼 33038엔.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으니,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본 모델은 검정과 흰색 둘입니다. 올블랙이 없어요.


2.3.2 아마존 가격은 37800엔입니다. 포인트 적립은 1700엔 남짓 해주는 것 같은데... 데....




가끔 이렇게 세일을 하더군요. 여행 시점하고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국내 배송인 경우에는 세금이 안 빠집니다. 해외 배송일 때는 7.8% 가량의 빠진다고 하는데, 해외배송으로 하면 해외 배송비에 관세가 붙습니다. 관세는 면세 범위인 150달러를 넘는 금액에 대해 20% 가량 붙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37800엔보다도 더 나가죠. 게다가 배송비도 붙는 걸요.


2.3.3 그리하여 고민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절실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통장 잔고를 위해서는 사지 않는 쪽이 훨씬 더 절실합니다?



2.4 술?

정확히는 발렌타인 17년산입니다만.


2.4.1 술은 동경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미각이 발달하지 못해 그런건지 이전에 위스키를 몇 번 얻어마실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 느꼈던 술맛은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아리마가 친부를 만났을 당시의 상황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나마 아리마는 미각이라도 좋았지, 저는 대부분의 위스키를 '소독약맛'이라고 인식하더군요. 피트향 때문에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도 술은 동경하니까 쟁여두고 싶은 마음은 아주 조금 있는데, 그런 제게 이런 것이 보였습니다.


2.4.2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이런 걸 사은품으로 두었더라고요.



(사진은 직원의 허락을 받고 찍었습니다. 원래는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하시던데, 사은품만 찍겠다고 하니 잠시 망설이다가 허락을...-ㅁ- 그리하여 감사히 찍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것은 위스키 액세서리, 양쪽이 잔입니다. 잔도 굉장히 예쁜데, 저게 딱 18-19세기쯤에 썼을 법한 등피 같은 라인이라 더 홀렸습니다. 게다가 사자면 못살것도 아닌 가격! 이라지만 사실, 최소 두 병은 사야지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지요.

자금 생각해도 못살 수준은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발렌타인 17년산을 끼워 다른 발렌타인을 한 병 더 구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술도 잘 안 마시는 주제에 무슨 발렌타인인가요. 명품가방처럼 저것도 쟁여 놓으면 재산-이라는 망상은 아주 조금하지만, 술맛도 모르면서 이런 걸 사는 건 양심에 걸립니다. 게다가 술이 목적이 아니라 사은품이 목적이라니 이런 주객 전도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구할 수도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고이 마음을 접어 나빌레라. 크흑.;ㅂ;




그러니 다음 여행은 얌전히 체력과 재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렵니다. 음, 버핏은 아직 안해봤는데 올해부터 시작해볼까요...?

이틀간의 여행이었고, 이틀째는 교토로 아침 일찍 움직일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고베 관광은 하루였습니다. 관광이라고 하기도 무엇한게, 목적 1은 숙소였고, 목적 2는 프로인도리브였으니까요. 그래도 그 유명한 모토마치 거리는 한 번 가봐야겠다 싶어서 숙소에 들렀다가 설렁설렁 걸어 나왔습니다. 숙소 출발한 것이 오후 5시 반, 1730이고 모토마치 상점가에 도착한 것이 6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각이었습니다. 허허허허. 고베 여행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T-T





산노미야에서 모토마치로 가는 도중 찍은 사진. 하와이의 커피점인 호놀룰루 커피가 고베 매장이 있더라고요. 저랑 G의 목적지는 모토마치에 있는 가게라 지나치고 넘어갑니다.



목적지 외관을 찍은 사진이 없군요. 이미 체력이 달려서 뻗기 일보 직전이라 그랬나봅니다. 목적지는 타베로그의 고베 스위츠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그레고리 코레.(타베로그 링크) 철자가 Gregory Collet입니다. 프랑스식으로 읽은 건가요.

여기도 폐점시간이 7시라 6시 20분쯤 들어갔을 때 이미 손님이 하나도 없고 케이크 진열장에도 케이크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더군요. 원래 도전하려고 했던 딸기케이크도 없어서 다른 것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문제는 제가 먹은 케이크가 뭐였는지 까맣게 잊었다는 것. 지금 다시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하니 타르트 프레즈(タルト フレーズ, tarte fraise)네요. 신상품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메뉴 내용을 해석하자면 아몬드를 듬뿍 사용해 사박사박한 타르트바닥과 국산(일본산) 딸기, 그리고 마스카포네를 넣은 우유맛 크림이라는군요.




이것이 전체 세팅. G는 이 당시 파르페를 시켰는데 아마도 파르페 아모니(パルフェ アルモニ, parfait harmonie)였을 겁니다. 주사위 모양의 무언가가 올라간 걸 모니 그렇네요. 전 음료로 밀크티를 골랐습니다. 이날 커피를 세 잔 정도 마셨던 데다 자기 직전이라 가능하면 커피를 피하고 싶었지요.





이게 타르트 프레즈. 딸기 타르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딸기 타르트와는 모양이 다르죠. 보통은 타르트 위에 크립을 올리고 거기에 딸기를 꽂는 형태인데 이건 딸기 위에 크림을 올린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또 신기한게, 속 안은 그냥 크림이 아닙니다.

이 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단면 사진은 없는데, 속에 푸딩이랑 산딸기 혹은 라즈베리 종류의 잼이 들어가 있더군요. 푸딩 같은 탱글한 질감의 무언가, 그 속의 진한 딸기 맛 잼, 그리고 겉의 흰 크림은 가벼운 맛의 치즈를 농축한 것 같은 그런 진한 크림. 그리고 타르트는 바닥부분은 파이질감, 그 위는 아몬드가루를 넣은 시트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딸기 타르트지만 하나하나 뜯어 생각하면 손이 진짜 많이 갑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터라 조금 남긴게 아쉬울 정도로. 딸기는 달다기보다는 약간 새콤하고 단단한 질감이었습니다.





파르페는 파르페맛. 아니, 이게 전부는 아니고 이것도 꽤 절묘합니다. 홈페이지의 메뉴 설명을 보면 '럼의 향기와 캐러멜의 향기가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고 . '바닐라빈을 듬뿍 사용한 자가제 판나코타'가 들어 있다는데... 여기 오기 직전에 숙소에서 하겐다즈의 럼레이즌을 먹고 왔는데, 그게 느끼하고 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쪽은 젤라토 질감이 강합니다. 가볍게 사르르 녹아 내리는데 또 럼향이 나고요. 럼레이즌을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랍니다. 판나코타는 우유푸딩 같은 부드러운 질감보다는 젤리에 가깝게 탱글탱글한 식감을 줍니다. 기억이 맞다면 아랫부분에는 설탕 코팅된 시리얼이 들어 있던데, 그것도 씹는 맛을 주고요. 아이스크림이랑 섞어먹으니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제가 시켰던 홍차입니다. 밀크티라 우유저그가 함께 나왔는데, 그냥 마시면 살짝 떫은 맛의 홍차입니다. 아마도 아삼 같은데, 거기에 우유를 조금 넣어 다시 마시니, 어어어억.;ㅠ; 왜이리 맛있는 건가요! 밀크티가 떫은 맛을 적절히 잡으니 우유와 홍차의 균형이 참 좋습니다. 그냥 홍차에 우유 조금 부었을 뿐인데 왜이리 맛있는 거죠. 덕분에 커피가 아니어도 참 행복했습니다. 포트가 아니라 홍찻잔에 그냥 나왔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정도야 뭐.....


입이 쓰다보니 초콜릿 메뉴는 도전할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마 딸기 케이크를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도 음료는 밀크티. 음,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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