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다녀온 디 마르가리따의 티세트 리뷰를 기다리는 분이 있어 서둘러 정리해 올려 봅니다.-ㅁ-


가기로 결정한 것은 두 주 쯤 전이었던가요. 모임 장소를 여기로 잡았을 때 네이버의 다른 리뷰들을 보고는 불안에 떨었습니다. 칭찬 일색인데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면 이건 티세트라고 볼 수 없었거든요.


영국 전통 티세트의 기본은 보통 식빵에 오이를 비롯한 식재료를 끼워 넣은 얇은 샌드위치 세 개 남짓, 그리고 스콘을 포함한 여러 디저트가 들어갑니다. 쿠키가 들어가고 케이크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마카롱도 올라가더군요. 미니 타르트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원래 티세트의 목적은 아침과 저녁 사이, 출출한 시간이 오후 3-4시경에 간단히 허기를 달랠 음식을 먹는 거니까 그렇게 양이 많거나 할 필요는 없는데 대개는 많더군요. 제 기준으로 봐도 나온 양(1인분)을 먹으면 대개 배가 상당히 찹니다. 신도림 디큐브 쉐라톤(링크)도 그랬고 가로수길의 몽슈슈(링크)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처음 제대로 경험한 것이 포트넘 앤 메이슨이고, 이게 영국 브랜드라 그런지 일본에서 먹었지만 저도 모르게 이걸 기준으로 삼더군요.(링크)


티세트에 대해서 주구장창 적었지만 간단히 말해 제가 생각하는 애프터눈 티세트는 이렇습니다.

-맛있는 홍차

-양과 맛, 모두 적절한 티푸드


하지만 디 마르가리따의 티세트는 양쪽 모두 미묘하게 들어맞지 않습니다. 티푸드는 맛있었지만 양이 많았고 맛의 균형이 안 맞았습니다. 결론은 일단 그렇고 사진부터 보시죠.





3인분의 세팅입니다. 왼쪽 상단에 짤린 것이 1인분이고요. 자리는 5인석 예약을 했지만 티세트는 3인만 시켰습니다. 주문하면 미리 찻잔과 개인 접시, 커트러리를 서빙하고 거기에 우유와 설탕, 커피과자(로투스?)를 포함한 작은 쟁반이 있고, 티스푼과 물에 적신 압축티슈, 티슈가 있습니다.


세 명이 도착하고 나서 차를 주문받으러 왔는데, 원래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는 티세트라 그런지 티는 한 종류로만 주문 가능하답니다. 세 명이 와도 같은 차로만 주문 가능한 겁니다. 넷이 오면 둘둘로 나뉘어 두 종류의 차가 주문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셋까지는 그렇겠네요.


홍차는 위타드, 마리아쥬, 그리고 러시안티가 있었습니다.





차 주문이 늦어서 차는 늦게 마시겠다 생각했는데 역시 트레이가 먼저 나왔습니다. 이게 3인분. 확실히 3단 접시가 크긴 크더군요.

세 명이라는 인원은 딱 떨어지는 수는 아니라 2인분보다는 1인당 돌아가는 음식량이 많아 보이더랍니다. 맨 아랫단은 샌드위치, 그 위는 요거트, 케이크, 스콘. 그리고 맨 윗단은 쿠키와 마카롱, 다쿠아즈입니다.





크로아상 샌드위치와 불고기맛 나는 볶은 고기가 들어간 채소 샌드위치. 식빵 사이에 여러 채소를 넣고 거기에 오이도 들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양상추와 오이였던가요. 짭짤한 고기와 잘 어울려 맛있습니다.





이쪽이 크로아상 샌드위치. 방울토마토가 들어간 햄, 그 아래에는 치즈. 이것도 약간 간간하지만 맛있습니다.






두 번째 단의 치즈케이크와 초콜릿케이크, 스콘 세 개. 스콘 중 하나는 햄이 들어간 스콘입니다. 요거트는 무가당 요거트로 직접 만든 것 같더군요.






쿠키와 마카롱,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다쿠아즈.

다쿠아즈는 초콜릿 다쿠아즈인데 속에 초콜릿 가나슈가 들어갔습니다. 끈적~ 끈적. 하지만 겉은 포실포실 부서지지요. 쿠키는 사브레 스타일로 가운데 있는 것은 향신료가 들어간 것 같던데 꽤 독특한 맛이었습니다. 마카롱도 그냥 무난한 수준.






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포트가 옵니다. 아마도 1리터자리 포트로 보이는 아주 커다란 포트. 그래서인지...





옷이 안 맞습니다. 반바지 입은 것 같더군요. 이러면 티코지의 의미가 없죠. 하하하.




티세트에 들어간 음식들은 다 괜찮았습니다. 나쁘지 않았고요. 시판 제품이 아닐까 생각한 초콜릿케이크와 치즈케이크도 먹어보니 직접 만든 것 같더랍니다. 초콜릿 케이크는 가토쇼콜라 같은 하드 타입이 아니라 쇼콜라 퐁당과 비슷하게 가운데 부분이 찐득한 타입입니다. 사브레는 직접 만들었을 것 같은데 다쿠아즈와 마카롱도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두 가지는 손이 상당히 많이 가니까요. 게다가 다쿠아즈는 달걀 흰자만 들어가는 거라...'ㅠ' 노른자야 뭐 쓸 곳이 많긴 하다지만 그래도 남긴 하니까요.


스콘은 제 입에 안 맞았습니다. 음, 이전에 올렸던 『티타임과 영국과자』에 나오는 스콘 중 런던 스콘 타입입니다. 매끈하고 하드한 타입. 하지만 스타벅스 것과는 다른게, 거기는 속이 약간 빵 비슷하게 뭉쳐 있지만 이건 바스라지는 느낌이 있더군요. 중요한 건 답니다. 제 입에 달아요. 스콘은 달지 않은 것을 반 갈라서 그 위에 크림과 잼을 듬뿍 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에러였습니다. 샌드위치를 먼저 먹고 나니 스콘은 이미 식어 있었고 스콘을 먼저 먹었다고 하면 단 맛 때문에 입맛이 떨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디저트들의 맛이 비슷하게 느껴지는게, 초코와 버터가 듬뿍이니까요. 다른 티세트들을 보면 살짝 새콤한 것들이 들어갑니다. 여기서는 요거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데 샌드위치 두 개와 스콘, 그리고 다른 과자를 먹고 나니 요거트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부릅니다. 저, 이날 아침 건너 뛰고 스타벅스에서 맛없는 카페라떼 조금 마시다 말다 하고 갔습니다. 공복 상태에 가까웠음에도 샌드위치의 양이 많다보니 다른 디저트를 압도합니다. 양이 많은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죠.



결정적으로 이 곳의 재방문 의사가 없는 것은 가격과 차맛입니다. 홍차맛이 없어요. 아니, 홍차맛이 없을 수밖에 없어요.

일단 저는 위메프에 올라온 할인권을 구입해서 갔습니다. 1인당 28000원의 티세트를 19600원으로 할인하고 있고 2인 이상부터 구매가 가능합니다. 한 분이 몰아서 구입했는데 28000원이었다면 그 비용이 상당히 부담되었을 거라 봅니다. 아, 그렇긴 한데 디저트의 질을 생각하면 28000원이 적정선이지요. 가성비를 논하자면 나쁘지 않지만 가격의 절대치가 높아서 장벽이 높은 겁니다.


가격 문제는 둘째치고 홍차는 ... 음. 언젠가 블로그 눈팅 중인 O모님이 어느 홍차 전문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홍차 전문점에 가는 이유는 전문가가 우려주는 차를 맛있게 먹고 싶기 때문이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지요. 그 이야기는 차를 우려서 미리 다른 포트에 담아오지 않고, 그냥 포트채 내오는 전문점에 대한 글에서 나왔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원래의 티세트는 포트에 뜨거운 물을 담아 내오고, 거기에 우유와 설탕을 자기 취향에 맞춰 섞어 마시거나, 뜨거운 물을 제공해 희석해서 마시거나 하지요. 즉, 마시는 사람 스스로가 맛을 조절하는 형태입니다.

근데... 그건 홍차를 평소 잘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쉽지만 홍차의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하는 초보자들에게는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은 홍차 초보국가(...)이다보니 로네펠트티하우스에서 하는 것처럼 홍차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우려 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00년대 초기에 생긴 홍차전문점들은 찻잎이 들어간 포트를 내놓았지만 현재는 우려서 내오는 곳이 더 많을 겁니다. 아마도? 최근에는 홍차전문점을 찾아가는 일이 많지 않다보니 더 그렇네요.

하여간 여기는 포트에 홍차가 담긴 상태로 나옵니다. 그리고 홍차를 적절히 마셨을 때쯤에는 서비스로 홍차 한 포트가 더 나왔고, 무한 리필이 된다는 러시안티가 나왔습니다. 서비스로 나온 홍차들은 티백이더군요. 그리고 새로 잔을 내주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세팅 사진을 보셨다면 아셨겠지만 잔을 미리 데워주지도 않았습니다. 데웠던 것이 기다리는 사이 식었는지, 아니면 아예 데우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차가운 찻잔에 홍차를 부었지요.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잔은 우유를 넣었습니다. 새로운 차는 어떻게든 우유와 조금 섞인 맛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심한 성격에 그렇다고 잔을 새로 달라고 할 성격은 못되고, 그냥 뒤-혹은 블로그에서 열심히 투덜대는거죠.


전체적인 서비스는 나쁘지 않습니다. 직원도 예상외로 많더군요. 그리고 들어보니, 아예 파티셰를 따로 두고 티푸드를 만들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00년대 쯤의 이대나 신촌 쪽 티하우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니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괜찮을 겁니다. 저처럼 투덜이가 아니라면 가격은 높지만 꽤 잘나오는 집으로 생각하실 거예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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