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제목의 전래동화가 있었는데, 제목을 보면 대강 짐작하시겠지만 한국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동 지역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집트나 터키였을 겁니다.

나륵풀에 물 주는 소녀가 있었는데, 영주의 아들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됩니다. 그러니까 서로 아닌 척 하면서도 마음은 주고 받는데 나오는 말은 새침떠는 그런 사이말입니다. 두 글자로 줄이면 츤츤이 됩니다.(...) 하여간 영주의 아들은 이런 저런 일로 다른 지역에 가게 되는데 그 때마다 소녀에게 물 잘 줘라, 난 어디로 간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알겠다고 답한 소녀는 잽싸게 남장을 하고 영주의 아들보다 먼저 그 지역에 가서 친구인척 하고는 재워주고, 밤에 여자를 들여 보냅니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두말하면 입아프죠. 하여간 그리하여 여행을 떠날 때마다 애가 하나씩 늘어나는데, 네 번째에는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아. 소녀는 영주 아들이 결혼식 하는데 자신의 아이 셋-아들 둘과 딸 하나-을 들여 보냅니다. 그리고는 아빠가 결혼한대요!라는 노래를 부르게 시킵니다. 이게 뭔가 하고 사정을 들은 영주와 예비 신부는 상세한 내용을 듣고는 파혼하지요. 그리고 소녀와 영주의 아들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삽니다.

...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오늘 다른 소설-조아라의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을 읽다가 나륵풀이 바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아니, 모른 건 아니었는데 다시 떠오르니 오늘 아침, 바질 화분에 물을 듬뿍 준 기억이 떠올라서.=ㅁ=;



그렇다고 제가 소녀인 것은 아닙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럴리가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여기서 길버트(『ANNE』)가 이상형이라는 제 말에 '앤이 아니니까 길버트는 무효'라는 요지의 답을 돌려줬던 G와의 대화가 떠오르는 건 ... 아니, 뭐, 그런 겁니다.-_-;


근데 왜 바질의 명칭이 나륵이지. 羅勒이라고 쓰긴 쓰는데 이거 어원이 뭔지 궁금하네요. 사전에서는 나륵풀 검색하면 터키어 사전으로 연결되는데 왜? =ㅁ=
한 줄 요약: 2000년대 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다면 읽을 만함. 그렇지 않다면.....


책 읽다가 중반쯤에서 포기했습니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좋아합니다. 소설은 『1Q84』, 『해변의 카프카』랑 『도쿄기담집』만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쿄기담집』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두 소설은 정말로 입에 안 맞았습니다. 둘다 한참 인기 있던 시절에 고민고민하다 보았지만 아무리봐도 이건 판타지소설인데다 입에도 안 맞더군요.


이 책은 하루키의 광팬인 저자가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려서 자신의 신변 잡상을 늘어 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아니면 이전에 읽어서 대강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뭐하는 거냐 싶은 정도로 입에 안 맞습니다.
더군다나 ... ... ... 뭐랄까, 중2병을 대학교 초년 때 걸려서 이런 저런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걸 지금 다시 와서 담담하게 쓰고 있는데, 그러고 싶냐는 질문이 들더군요. 저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 그런 기억들 일 것 같은 데 말입니다. 물론 그런 추억과 시기가 모두 지금의 본인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제 (참혹한) 옛 기억을 저 무저갱에서 끌어 올리는 것 같은 미묘한 감상이...ㄱ-;

PC통신을 해보았고, 거기서 동호회 활동을 해보았고, 나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보았고, 그러고 현재 나이를 먹어 그 시절을 아련하게 돌아볼 수 있다면 도전해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읽다가 흑역사들을 하나씩 꺼내 털어 보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차유진. 『하루키 레시피』. 문학동네, 2014, 13800원.


요리책은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요리보다는 하루키의 소설에 나오는 음식과, 그 때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수필이니까요. 저자의 전작을 읽어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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