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를 넘어서서, 저 여객선 사고 뒤에 닥칠 일들이 이것저것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1. 회사
두 대 가지고 제주도-인천 왕복 운행을 하고 있었으니, 한 대가 좌초된 상황에서는 현재 예약을 거의 소화 못할 것임. 배선 간격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고, 현재 예약의 상당수는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임. 특히 4-5월 수학여행 철에 단체 예약이 꽤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예약 취소로 오는 자금 불안정은 어쩔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문제는 새로 배를 주문하느냐의 문제인데...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사고난 배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는지의 여부도 중요함.


2. 학교
기사정보만 가지고 초동대처를 하다보니 첫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것으로 보임.
같이 따라갔다는 교사들 중에 교감 혹은 교장이 있을 경우 현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 한 명은 현지에서, 한 명은 학교에서 지휘를 해야할 것인데, 만약 학교 관리자 둘 중 한 명이 실종되었을 경우의 문제도.
다음 주부터는 정상 수업을 해야 할 것이나, 현재 2학년 담임 중에 3학년이나 1학년 수업을 들어가는 교사가 있을 경우 그 수업 결손을 채워야 할 것이고, 사망한 교사 및 학생에 대한 처리 등으로 업무가 폭주하고 있을 것임.
거기에 수학여행 현지의 음식점이나 버스, 숙박업소 예약 취소와 환불 문제도 있겠지.


3.보험사.
3.1 사고 여객선이 보험에 가입했다면 해당 보험사의 배상 비용도 상당히 발생할 것임.
3.2 수학여행 갈 때는 대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그 금액이 작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실제 보험에 가입했다면 그 보험사도 배상 비용을 생각해야할 것임.


4.제주도
학생들이 수학여행 기간 동안 머무를 예정이었을 숙박업소도 예약 취소. 그리고 그 뒤에 여객선 결항으로 다른 수학여행단도 줄줄이 여행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에 대한 후폭풍도 상당할 것임.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 배가 한 대 더 투입되기 전까지는 주욱. 그 대신 인천이 아니라 부산에서의 여행 인원이 증가함으로, 부산으로 이동하는 다른 교통 수단에 대한 이용 증가 가능성도 없지는 않음.



어쨌든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입니다.;ㅅ;
고전 추리소설 타입이라면 셜록 홈즈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묘하게 고풍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합 때문인지,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소설입니다. 다만 뒤통수를 얻어 맞고 나면 그대로 뻗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전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탐정과 조수의 조합이나 그 분위기가 옛 만화책에서 자주 보이는 종류라 그렇습니다. 영명한 소녀 탐정과 그 옆에 붙은 어리버리한 청년. 그런 조합이 이 소설을 끌고 나갑니다. 하지만 이게 독자의 눈을 가리는 가장 큰 안대입니다. 저도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헛웃음만 지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주인공 나는 일신상의 크나큰 문제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어느 온천장에 찾아옵니다. 몇 년 전 찾아왔던 작은 온천 지역은 무녀와도 같은 존재를 중심으로 하여 특정 가문의 위세가 센, 그런 시골입니다. 이 무녀님은 옛날 옛적 용을 물리친 분이라고 하는군요. 대대로 집안에서 여자가 그 무녀 역할을 물려 받고, 데릴사위를 들입니다. 그 용의 목이 있다는 곳 주변은 폭포가 있는데 경치가 나쁘지 않아서 주인공 종종 그 바위에 올라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살인사건이 이어집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주인공은 한 소녀를 만납니다. 경찰들의 뒤에서 사건을 해결하기로 유명한 어느 애꾸눈 탐정이 있었고, 그 탐정의 유일한 자식인 소녀가 그 곳에 와 있었거든요. 하카마를 입고 검은 머리를 찰랑이는 10대의 소녀인데,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거니와 새침떼기 기질도 있는 것이 주인공이 호감을 가지는 건 당연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주인공과 같은 온천장에 머무르고 있었고요.


자아. 여기서 끊습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살인사건을 소녀가 해결하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이 와중에 소녀도 여러 모로 상처를 입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청년은 결심했던 것을 행하고요. 이 이상을 이야기하면 내용 폭로가 될 것이 뻔해, 얌전히 놔둡니다.


결말이 의외로 밝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범인을 동정하기도 하게 되는 소설이더군요. 무난하게 읽을만 하고, 다른 의미로는 긴다이치 하지메의 여성판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나마 범인 찍기라도 잘하지, 하지메는 헛짚었다가 우수수수수수 죽어나가는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뭐, 이 소설도 여기저기 함정이 많으니 결말을 보고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지요.


총명한 여자아이와 어리버리하고 거기에 끌려 다니는 연상 청년의 조합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조합을 좋아하실 분이 그리 많지 않군요. 하하;


마야 유타카. 『애꾸눈 소녀』,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2012,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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