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도 몇 번 이야기 했지만 이번 여행 때 마침 이케부쿠로 토부백화점에서 훗카이도 특산물전을 했습니다. 정보를 입수하고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배치도를 확인하고, 나오는 가게 목록을 뽑아서 먼저 챙길 곳만 정보를 뽑았습니다. 제게 있어 가장 먼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은 아리스팜(http://www.arisfarm.com/)입니다. 아주 옛날 옛적 이글루에서 놀 때 알게 된 곳이고, 제게 자급자족의 낭만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보여준 곳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라도 직장 접고 훗카이도 날아가서 거기서 생활하고 싶은 생각이 20% 정도는 있습니다. 없진 않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러기엔 제가 너무 늙었습니다. 몸이 늙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늙은 것이 문제지요.ㅠ_ㅠ

아리스팜의 운영자(인지 어떤지, 지금 상황은 정확히 모릅니다)인 후지카도 히로시씨에 대해서는 대학교 때 알았습니다. 1990년에 나온 책, 「땅의 노래 바람의 꿈」(디자인하우스)을 읽고 처음 접했지요. 제가 이 책을 구할 당시에도 상당히 오래된 책이라, 지금은 없는 종로서적에서 한 권 있는 것을 구입했다고 기억합니다. 그 때 처음 아리스팜에 대해 알았고 그 다음에 이 농장의 이름을 들은 것은 엉뚱하게도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었습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자신의 책 보관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재의 책상을 언급하면서 아리스팜의 책상이 튼튼하더라는 말을 했지요. 읽으면서 '여기서 아리스팜 이름을 듣는구나'라며 웃었습니다.

그 뒤에 아리스팜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쿠켄에서였습니다. 몇 년 전, 박현신씨가 쓴 칼럼에 훗카이도의 블루베리 농장이 소개되었지요. 호텔도 겸하고 있다는 곳이 바로 아리스팜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도 훗카이도 단독여행 때 그 호텔에 가서 머물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마냥 꿈만은 아니겠지요. 언젠가는 꼭 갈겁니다.+ㅅ+
(10년 계획에 추가할 항목이....;;;..)


구구절절 말이 길었는데 그런 이유에서 아리스팜의 잼을 사왔습니다.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카시스잼을 사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먹어보고 나니 잘했다 싶습니다. 블루베리는 달달한 것이 제게는 새콤한 맛이 강한 카시스가 좋습니다. 기왕 먹을 것, 맛있게 먹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프렌치 토스트를 구웠습니다.




프렌치 토스트는 달걀물에 하룻밤 재우는 것이 맛있다고 하니 시도를 했는데 이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달걀물을 만들어 그냥 접시에 두고 랩으로 덮으면 냉장고 냄새가 밸 것 같아서 일부러 락앤락에 식빵을 넣고 거기에 달걀물을 넣었습니다. 파리바게트 헬로키티 식빵을 사서 크기가 작았으니 가능했지요. 하지만 락앤락에 너무 딱 맞아서 달걀물이 제대로 안 배었더랍니다. 아랫부분은 푹 젖었는데 식빵 두 장이 맞닿은 안 쪽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에 놓인 식빵은 상대적으로 덜 배었습니다. 우유가 부족했나 싶기도 하더군요. 달걀과 동 부피, 혹은 그 두 배 정도는 넣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배가 고플 때 구워서 한참 구워야 하는 것을 에라 모르겠다, 조금 덜 익는 걸 먹으면 어때란 심정으로 빨리 꺼냈습니다. 그렇게 굽고 나니 아래에 있던 식빵은 촉촉하게 달걀물이 배인데다 반숙 같이 부들부들하고 사르르 녹더랍니다. 그리고 위에 있던 식빵은 아직 결이 살아 찢어 먹는 맛이 있고요. 아우. 한 번에 두 종류의 프렌치 토스트를 맛본 느낌입니다. 메이플 시럽이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엊그제도 코스트코 가서 살까하고 들여다보다가 1.8리터에 41000원도 넘게 하는 걸 보고는 눈물을 삼켰습니다. 환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메이플 시럽 가격은 떨어지질 않는군요.

그래서 메이플 시럽 대신 카시스잼을 놓고 먹었습니다. 애초에 프렌치 토스트를 구운 목적의 절반도 리뷰였지요. 나머지 반은 프렌치 토스트가 먹고 싶었다는 것.



직접 만든 잼. Home made가 아니라 Kitchen made라는게 독특합니다.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적은걸까요. 종이는 고무줄로 고정했습니다.



병에도 카시스라고 찍혀 있군요. 여러 종류의 잼을 사도 헷갈릴 일은 없겠습니다. 그 병에 다른 것을 담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카시스를 검색하면 까막까치밥이라고 나오는데 어떤 열매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까막까치밥이라면 신이현의 「알자스」에도 나오는데 굉장히 신 열매라는군요.



집에서 만든 잼의 느낌이지만 마구 으깨지는 않았습다. 과육이 살아 있는 것을 보니 그냥 끓이기만 했나봅니다.
달지도 않으니 설탕도 덜 들어갔을테고 그러니 가능한 빨리 먹어야지요.-ㅠ-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먹고 나서 나머지는 다 맛있게 잘 구워서 잼 발라 먹었더랍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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