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건강의 이유로 빙수를 건너 뛰려고 했습니다. 먹는다 해도 집에서 팥 삶아서 적당히 먹겠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수박빙수라니.; 팥이 안 올라간 것은 감점요인이지만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마침 그날은 당분이 너무 부족해서 헤롱헤롱대고 있었거든요.

혼자 자리를 잡고 가방을 내려 놓은 뒤 카운터에 주문하러 갔더니 직원이 이리 말합니다.

"오늘은 축구 경기 때문에 7시까지만 운영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넵. 상관없습니다.'ㅂ'



지금 떠올려보니 이날의 홍대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그런고로 저는 이번 토요일에도 홍대 인근은 접근을 안 할 .... 거라 생각했는데 이날 약속 때문에 홍대에 가야하는군요.OTL 어쨌건 축구 경기로 시끌벅적한 것까지는 참겠는데 길거리에서 작은북을 두들기고 나팔을 불어제끼는데는 두 손 들었습니다. 대학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군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원래 먹으려고 했던 브라우니와, 눈에 확 들어온 수박빙수를 함께 시킵니다. 아, 물론 이날도 혼자였습니다.



이것이 브라우니.
쌉쌀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생크림(인지 휘핑크림인지)이 접시에 한데 모여있습니다. 브라우니는 살짝 데워서 나오는데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이 브라우니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브라우니와 다른 점은 그 맛입니다. 안 달아요. 쌉쌀합니다. 설탕을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도'로 줄였다거나, 아니면 브라우니에 들어가는 초콜릿을 99% 카카오를 써서 만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나 크림과도 잘 어울리는 것인데, 먹다보면 쓴 맛과 단 맛이 동시에 와닿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왠지 아프리카가 떠오르는 것은 색의 조합 때문이겠지요.
아이보리(상아)색 아이스크림. 게다가 바닐라로 유명한 것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거기에 속살도 검은 브라우니. 아이보리 코스트와 마다가스카르와 검은 피부니까 그런 가봅니다.




한창 브라우니를 먹고 있을 때 수박빙수가 등장합니다. 파이렉스의 계량컵에 담겨 나오는데, 용량이 저기 적혀 있으니 대강 얼마쯤인지 감이 오실겁니다. 저 선까지가 225ml인데, 전체 용량은 300ml가 넘을거라 생각합니다.'ㅂ'




위에 올라간 것은 얼린 수박과 말랑말랑한(커피향이 나는) 떡뿐입니다. 얼음 위에 올려져 있으니 굳지 않을까 했는데 떡은 끝까지 말랑말랑하더군요. 떡을 좋아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겼다가 아쉬워 하며 먹었거든요.


위에 올라간 수박은 모두 얼린겁니다. 가장 달달한 수박 속 부분을 작게 잘라 얼린 것 같더군요. 바사삭 부서지는 샤베트 느낌도 재미있습니다.

근데 그 아래의 빙수 부분은 먹으면서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냥 얼음을 갈아서 그 위에 수박 주스를 넣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입에서 녹는 느낌이, 수박주스에 단맛(아마도 연유?)을 가미해서 그대로 얼린 것 같거든요. 먹으면서 내내, 얼음일까 수박주스일까 고민하면서 끝의 끝까지 먹었는데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여간 집에서는 만들기 번거로우니 그냥 여기 와서 먹겠다 싶은 맛입니다. 아, 물론 수박 그대로의 맛에 달달함이 첨가되어 맛있었습니다. 찬 음식에 이렇게 단맛이 돌려면 도대체 얼마나 설탕을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뒤로 하지요. 먹을 때는 그런 생각 안 하는 겁니다.





하지만 다음에 가면 전 아마도 녹차빙수를 먹을거예요. 팥이 없으면 빙수를 먹어도 왠지 허전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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