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일부 연재되었던 회귀 소재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숙부의 소개로 공작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차 집 안에 고립되었으며, 급기야는 공작령 내 외딴 곳의 저택에서 반복된 고문을 받으며 죽어갑니다. 그리고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며, 강렬한 소망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회귀했습니다.-라는 줄거리의 소설은 적지 않습니다. 이보다 앞서 출간된 『금빛 키아르네』도 구조 자체는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이한 여주인공이 과거로 돌아와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이야기는 로맨스판타지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그리드』도 그렇군요. 이쪽은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에 방점이 찍힌 쪽이고요.

또 죽음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주인공이 회귀하여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검을 든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다 다른 말을 합니다. 주인공은 비슷한 이유로 회귀하지만 그 뒤에 걸어가는 길은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이전에 겪었던 사건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하거나, 겪었던 일 중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을 수정해 나갑니다. 후자는 수정주의자라고 하면 .. 역사학도들이 들고 일어나겠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올리나의 회귀 시점은 부모님의 사망 직후입니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부모님은 이미 사망했고, 부모님이 사망한 곳에 있던 그 대공가는 뭔가 미심쩍은 반응을 보입니다. 도와줄 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그 와중에 대공가의 기사의 도움을 받아 다른 일들을 처리 합니다. 조아라에서 확인한 것은 대공가에 있는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는 이야기까지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1권 중반쯤입니다. 갑작스런 약혼과 대공가의 귀한 손님까지는 읽었던 기억이 있고요. 그 뒤에는 약혼 이후의 이야기, 콴 가문에 숨겨진 이야기, 아이올리나에게 계속 접근하는 회귀 전의 남편-그 공작의 문제와 황제와 얽힌 이야기까지 차례로 등장합니다.



아이올리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거의 끝까지 가서 이뤄지지 않나 싶지만, 아무래도 배우자의 존재보다도 그 뒤에 얻은 기연-이라고 해두죠-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활동하는 여성들은 많지만 그런 여성들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예상할 수 있는 절대악과, 그 절대악에 속아 넘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그다지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역시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건 잘 싸우는 주인공 쪽이라, 『시그리드』나 『검을 든 꽃』 쪽이군요. 지금 생각하니 둘 다 검사인데, 마법사 주인공의 소설 중에서는 『5월의 눈』. ... 주인공 혼자 어딘가 내두어도 내내 잘 먹고 잘 살 것 같고, 남주는 그 옆에서 내조하는 타입이라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취향이 그런 겁니다.



이루리. 『꽃은 두 번 핀다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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