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스벅에서 노닥거릴 때의 사진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게는 갑니다.




간밤 탐라에 여성서사 이야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저는 그 흐름을 나~중에야 봤거든요. 제가 본 트윗은 『당갈』에서 이러저러한 부분은 문제가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면, 평소 이쪽에 관심없던 사람은 바로 '그럼 보지 말아야지~'가 된다고요. 하지만 그런 사람도 남성서사 중심이며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서사를 보이는 마블시리즈는 재미있게 볼거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여성서사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그 잘못된 부분이 부각되어 여성서사에 대한 거부로 나타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더랍니다. 그리고 탐라에서 이런 이야기가 슬슬 솟아 나오던데...


올바르기 때문에 여성서사를 보는 것이라면, 그런 이유가 사라질 때-그러니까 꼭 여성서사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올바른 서사를 갖게 되었을 때는 여성서사를 볼 이유가 사라지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어느 쪽이건 다양한 논의가 나오는 건 좋습니다. 읽다보니 저도 이 주제에 입-이 아니라 손을 대고 싶어졌거든요.




이전에도 이 주제는 자주 탐라에 오르내리던 것이고, 그런 논의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여성서사의 부흥을 위해서는 어쨌든 여성서사를 많이 소비해야한다.

2.좋은 서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해당 장르가 양적으로 풍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져야 한다.

3.여성서사를 소비하는 것은 여성서사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그렇게 되면 좋은 여성서사도 많이 등장할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4.남성서사보다 여성서사에 대해 더 잣대를 많이 들이대고 더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1번부터 4번까지 다 공감하기 때문에 또 기억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4번. 그럴 수밖에 없는게, 여성서사에는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남성서사에 지치고 또 질려서 여성서사를 보다보면 남성서사에서 지적받고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여성서사에서 등장할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미라의 『남성해방대작전』이 문제가 되었던 부분도 그게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남녀역전 세계관이 되다보니 보통은 약자에게 감정이입하게 마련이나 이 경우 약자가 남성입니다. 여성이 상위가 되어도 세계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남성은 여성의 트로피이며, 여성들은 남의 남성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남성은 더없이 연약하고 가녀립니다. 이런 서사를 보고 있노라면 남녀역전이라 해도 다를바가 무엇인가 싶습니다.

비슷하게 최근에 읽은 소설도 여성이 주인공이고 더 강합니다. 남성은 그보다 더 여립니다. 그렇다보니 읽다보면 그냥 남녀 성별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아니, 곰곰히 되짚어 보면 완전히 같은 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도 장치는 있습니다. 주인공은 강하지만 그럼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더 부당한 대우를 당합니다. 그가 엄청난 힘을 갖고 있고, 판을 완전히 뒤엎어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들 눈치를 보고 있지만, 언제든 보통의 여성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위험은 있습니다. 만약 그가 남성이었다면? 아뇨, 그렇게 흐르진 않았을 겁니다. 다들 눈치 보지도 못하고 납작 엎드렸겠지요. 그런 차이는 느껴집니다.

분석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가볍게 읽을 때는 여러 모로 걸리는 부분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여성서사에 대해 더 잣대를 들이대고 더 엄격한 것은, 여성서사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올바르기 때문에 여성서사를 소비한다기보다는, 남성서사에서 부당하게 겪은 것을 여성서사에서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겁니다. 점차 많은 걸 알고 겪으면서 남성서사든 여성서사든 불편한 부분이 크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입에 잘맞는 책 골라 읽기 참 어렵고, 다시 읽었을 때도 맛있는 책 찾기 참 어렵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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