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아니고, 외계인은 더더욱 아니고. 그래서 이계인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마법 세계의 평범한 이력서』의 외전으로, 후일담에 가깝습니다. 근데 그 후일담이 전자책 한 권 분량이라는 거죠.


전작을 보지 않으면 스포일러를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거, 사실 큰 내용폭로는 아니라고 우겨봅니다.






용사는 최종보스인 마왕님의 급소인 뿔을 잘라 던전공략에 성공했고, 자신이 자른 뿔은 고이 기관에 넘깁니다. 마왕이 무사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마왕은 속이 터집니다. 왜냐하면 뿔을 자신이 받았다면 그대로 돌아갔을 테니까요. 하지만 진 것은 자신이고, 좋은 의도로 한 일을 어쩌나요. 투덜거리면서 연구원에 들어갑니다.

애초에 뿔 잘려서 뻗은 뒤에 자신을 발견한 것도 공략된 던전을 정리하던 정부나 기관쪽 사람들이었고, 뿔을 받으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하니 이 세계에 체류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법기술 연구에 협조하기로 정부와 합의하고, 한국마법기술연구원의 연구원 자격을 받습니다.


연구원에서 하는 일은 주로 심리상담과 마법기술 연구의 보조 혹은 주 연구입니다. 심리상담은 용사에게 당한 뒤 뿔까지 잘려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낯선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마법기술 연구는 앞의 마법을 빼는 쪽이 훨씬 이해하기 편합니다. 마법을 뺀다면 그냥 평범한 이과계 연구소입니다. 그러니까 마왕님은 아직 이쪽 세계에 개발되지 않은 첨단 기술지식을 갖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가진 지식인 마법진 등을 그려 보여주며, 다른 연구원들은 그걸 분석하고 해석해 현재의 마법기술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러니 마왕님은 연구팀 중에서 제일 덜 바빠요.


마왕님의 적응을 위해 붙은 것이 심리상담 전문인 교수님과, 던전 파티의 보조자였던 동우입니다. 동우는 공무원으로서 마왕의 한국 적응을 돕고 이런저런 실무적 업무 담당을 위해 파견된 것이고, 교수님은 마왕의 이계 적응기를 연구하고 논문으로 씁니다. 그리고 마법 연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돌아갑니다. 마왕님은 옵저버로 마법기술 연구를 돕는다지만 워낙 특출나신 분이라, 가끔 들어가서 어떻게 일 잘 돌아가나 보는 것 중심으로 하십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법학 교수 수준을 넘어서신 거잖아요. 애초에 마왕인 것을.

용사에게 퇴치당한 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는 전작을 보시면 됩니다.



자. 그러한 마왕님의 일상은 외부적 사건 몇 때문에 꼬입니다. 가장 큰 것은 보수단체의 시위이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난동들입니다. 관심을 받고 싶어 이상한 발언을 일삼는 이들이나, 이상한데 꽂혀서 엉뚱한 쪽으로 파고드는 이들은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그 사고는 마왕의 일상을 침해합니다. 거기에 연애사까지 끼어드니 더더욱 마왕님의 일상은 심난해집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소설은 해피엔딩입니다. 용사답게 발랄발랄한 용사님은 마왕님에게도 좋은 상담상대가 되며, 연애사를 알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직구를 날리는 걸 보면 마왕님 참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후후후훗. 그 뒤의 일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노라면 마왕의 한국 첼를 위해서 사회적 동반자법이나 결혼제도의 성별 치우기 대작업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그럴거예요....?



해위. 『어떤 마법 세계의 평범한 마왕님』. 피아체, 2018, 3600원.



표지 멋집니다, 표지. 마왕님 정말로 아이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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