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 권짜리임에도 짤막감상을 적는 것은 다 읽고 나서 홀랑 내용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은 다른 로판도 그랬지만 최근에 본 로맨스 판타지는 이거다 싶은 것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읽을만하다고 추천하거나, 이것 참 좋은 책이라고 추천할만한 것이 말입니다.

클리셰는 클리셰고 그걸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같은 클리셰를 다양하게도 풀어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이다적 서사를 위해 사카린이나 액상과당을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지요. 그렇다고 그게 부족하면 뭔가 밍밍한 맛이 됩니다. 참 어렵네요.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는 Rana 作입니다. 종종 제 알라딘 계정의 맞춤형 도서로 올라오는 덕에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보았는데, 이전에 보았던 것은 대체적으로 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보고 나면 허한 기분이 들더군요. 굳이 표현하다면 허탈하다는 느낌. 본편이 끝나면 그걸로 종결되고 외전이 없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겁니다.

이 책도 13장으로 완결입니다. 에필로그나 그 뒷 이야기는 없으며, 13장 자체가 에필로그이며 끝 이야기입니다.


일레나는 전생의 기억이 있습니다. 공작가의 유일한 딸로, 또 전쟁도구로 이용이 되어 싸우다가 황제의 명에 의해 집안이 멸문당하면서 함께 처형당합니다. 그 때 유일하게 울어준 이가 꼬마 요한입니다. 자신에게 검을 배웠던 인물이지요.

일레나는 평범한 백작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나 자라지만 아버지인 백작이 호인으로, 아무데나 도장을 찍어주다가 작위를 제외한 모든 것이 넘어갑니다.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챙기기 위해 황실 시녀로 들어가나, 거기서도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 전에도 그렇고 그 때도 도와준 이가 알펜하르트 대공 요하네스입니다. 그리고 일레나는 전생의 제자였던 그 꼬마 요한이 훤칠한 대공이 되었다는 걸 알아봅니다. 문제는 여성에게는 검을 안 쥐어주는 이 세계에서, 검을 쓸 줄 알고 거기에 멸문당한 공작가의 검술을 사용하는 자신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가능하면 전생의 모습은 감춰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알펜하르트 대공과 손을 잡게 됩니다. 그리고 결혼.

결혼한 뒤의 일은 대공가의 가신들에게 인정 받고, 검 쓰는 모습을 보이며, 전생의 모습을 들키고, 황가와 대공가, 멸문당한 옛 집안의 비밀을 알게되는 내용입니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판타지지만 역시 차별적인 세계에서 특정인 한 명이 도드라져 나서는 서사다 보니 제 취향에서의 한계가 생기더군요. 하하하.


최근에 같은 작가 책이 하나 더 나온 모양인데, 이번은 회귀+사이다로군요. 보고 나면 텁텁하지만 그럼에도 활자중독자는 읽게 된단 말입니다.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3천원.



발견한 오타는 세 군데입니다.

1권 132/234

'시 그녀가 카리나와 닮아서~'


2권 119/264

'시종 장과 하녀 장의~'


3권 26/210

'그렇다 해도, 제국 민을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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