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적은대로 시간이 넉넉하다면 느긋하게 노닥거리고 싶지만 불가능한 가게입니다. 케이크는 느긋하게 먹을 수 있지만 커피는 종류에 따라서 다릅니다. 사진에 찍힌 카푸치노가 이미 마신 상태인 건 이유가 있거든요.



이날은 이태원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서 설렁설렁 걸어 포켓몬고를 하며 이동했습니다. 이태원 안쪽 골목은 포켓스탑이 적지만 없진 않습니다. 크라운호텔 쪽에서 걸어 헬카페를 찾아가니 12시를 조금 넘겼던가요. 오픈은 11시입니다. 거기에 만석은 아니지만 자리가 많이 남진 않았습니다.





카운터 앞 자리를 잡고 앉아 클래식 카푸치노(4천원)와 치즈케이크(4천원)를 주문합니다. 치즈케이크는 케이크 같지 않은 맛이라더니 나온 것을 보니 그냥 치즈 그 자체 같아 보이네요. 하지만 중요한 건 클래식 카푸치노입니다. 한 손에는 잔, 다른 손에는 밀크피쳐를 들고 나타난 직원은 "잔 받으실 준비 하시고요."라고 입을 연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우유를 잔에 부었고, 제게 넘기면서 "바로 드셔야 합니다."라더군요.

사진 찍을 생각이었지만 바로 마시라는 압박이 강렬해서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리고 몇 모금 더 마신 뒤 잔을 내려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러고 후회했습니다.


바로 마셨을 때와 사진 찍고 마셨을 때의 맛이 다릅니다. 정확히는 질감이네요. 막 우유를 부어서 받아 마셨을 때는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 자체가 커피우유입니다. 그리고 잠시 내려 놓았다 마시니 그 사이 우유 거품이 위로 떠서 층이 지더군요.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혼연일체의 그 맛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분리된 뒤의 맛이 덜합니다. 다음에 가면 한 입에 홀랑 다 털어 넣은 뒤 빈 잔을 찍고, 그 뒤에 드립 커피를 한 잔 더 시키렵니다.






그리고 치즈케이크.

듣기로는 티라미수도 독특하다고 하나, 크림비중이 높답니다. 저는 커피와 레이디핑거와 치즈의 비중이 적절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티라미수가 아니라 치즈케이크를 시켰습니다.

얼핏 보기에 성산일출봉(..) 같아 보이는 치즈케이크는 치즈 그 자체입니다. 한 입 넣었을 때 몽글몽글한 치즈의 식감이 남아 있어 코티지 치즈나 리코타 치즈를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먹다보니 다릅니다. 레어 치즈케이크의 조금 더 거친 맛. 부드러운 무스 타입이 아니라 치즈의 알갱이가 남도록 섞은 치즈무스같네요. 커피와도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탄수화물류는 단맛만 들어갔으니 빵을 기대하시면 안되고, 치즈를 좋아하신다면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다음에 가면 클래식 카푸치노에 커피 두 잔 정도를 더 시키고 그 날 밤 11시쯤 잘 생각입니다. 오픈이 11시라 커피를 세 잔 마시면 분명 그날은 제 시간이 못 잘 겁니다. 그걸 각오하고라도 마셔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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