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날이 뜨거웠습니다. 뜨거운 날, 아인슈패너를 판다는 카페를 찾아 멀리 걸었습니다. 갔더니 줄이 엄청 길더라고요. 마시면서 조금 느긋하게 있을 생각이었는데 줄의 길이를 보니 아무래도 자리잡기는 어렵겠다 싶습니다.


일단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리는 잡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의논하다가 테이크아웃이 되면 주문하기로 하고 넘어갑니다. 아인슈패너 한 잔에 5천원. 다른 때라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지만 이날은 도저히 못 마시겠더랍니다. 게다가 날이 더우니 위의 크림 층이 금방 녹을 것 같더군요. 그리하여 아이스로 주문합니다.


15~20분 정도 걸린다길래 다른 먹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검색했습니다. 다음 갈 장소를 결정했을 즈음 음료가 나옵니다. 만드는 과정을 슬쩍 들여다 보았는데 커피는 유리단지에 담아서 얼음 넣은 컵에 부었고 그 위에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한 크림을 올리더랍니다. 만드는 법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더위에도 지쳤으니까요.


그랬는데.

그랬는데....

사진 찍는 사이 먼저 마신 일행들이 맛있다네요. 미심쩍은 얼굴로 한 모금 마셨습니다. .. 음, 이건 내가 만들 수 있는 맛이 아냐.


크림은 입에서 부드럽게 녹습니다. 생크림을 단단하게 거품낸 것이 아니라 굉장히 부드럽게 거품내서 올렸습니다. 그리고 설탕을 넣어 달달한데 느끼하지도 않아요. 단맛도 그냥 단맛이 아니라 부드럽게 감도는 단맛. 뭘로 단 맛을 낸걸까요. 당분이 들어가니 정신이 조금씩 돌아옵니다. 그 와중에 차가운 커피가 입에 들어오는데, 진합니다. 진해요. 하지만 쓰지 않습니다. 진하지만 쓰지 않고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은 커피가 들어오니 단맛이 정리됩니다.


요약하면 아주 잘만든 더치 커피 또는 드립커피 식힌 것에 적당하게 단맛을 더하고 거품낸 크림을 올리니 가장 단순한 재료로 가장 맛있는 음료가 된 겁니다. 재료는 커피와 물과 크림과 당. 마시고 나니 집에서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더위에 가능할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도전해보고 싶은 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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