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읽으면서 책을 던져 버릴까 세 번쯤 생각했고, 2권은 그보다 덜했지만 다 읽고 내려 놓으면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네 번쯤 했습니다. 읽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여행 때 일본 서점을 들러보면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일상추리소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표지가 굉장히 화사하고 화려한 일러스트지만 삽화가 없기 때문에 라이트노벨과는 다른 라인으로 나옵니다.

작년 여행에서였던가, 표지에 홀려 키치죠지 배경의 소설을 사와 읽었는데 그 책도 표지만 예쁘고 속 내용은 표지를 못 따라오더군요. 『비블리아 고서당』이 성공하면서 비슷하게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과 그걸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 유행하는 것 같은데, 후발 작품들은 여러 모로 시작점인 그 책과는 다릅니다. 그보다 앞서 일상추리를 소재로 한 『빙과』와는 더더욱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비교가 아니라 아류작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합니다.


이런 소설들은 보통 카페가 배경이며, 비상한 남자주인공과 여성성이 강한 여자주인공이 짝이 되어 추리는 남자주인공이 주로 맡고 여자주인공은 힌트가 될만한 상황을 건네거나 사건을 물고 오는 역할을 합니다. 거기에 남녀주인공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만 서로 이성적인 관심은 있는 사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번역본으로는 최소 두 종, 원서로도 최소 셋 .. 정도는 본 것 같은데 패턴이 저렇더군요. 그러니까 예쁜 표지로 포장되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표지만도 못합니다. 포장은 예쁜 여행 선물과도 비슷하네요.


『코코로 드립』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여자주인공을 구박하는 요리사와 신비하고 아련한 분위기의 젊은 마스터가 나오며, 초반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언급하다가 그 다음에는 클리셰적인 소꿉친구의 '그러한듯 아닌듯한 연애'를 소재로 삼습니다. 그리고 1권 초반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수수께끼는 여주인공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여주인공은 괜찮은 학교에 다니지만 출생의 비밀을 가진 양갓집 규수 쯤. 1~2권의 등장인물은 '누구든 마음에 삼천원쯤은 가지고 있'더라고요.


초반에 읽으면서 책 던질까 세 번 고민하면서 이것이 번역의 문제인지 소설 자체가 엉망인건지 고민했는데 결론은 후자입니다. 그렇다고 번역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고요. 모닝세트의 위너 소시지는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게다가 각주가 많아서 몰입을 방해했고요. 쇼와가 무엇인지까지 각주를 달 필요가 있었나요.

또 1권의 여러 미스테리들은 이걸 어떻게 푼 것인지, 왜 이런 해석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추리소설이라 부르기 민망하고 일상소설이라기에는 재미가 없으며 감동이 부족합니다. 작위적인 설정, 과장된 반응, 만화적 성격의 인물을 생각하면 일본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2권은 그래도 끝까지 봐야지 마음 편히 감상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훑듯이 보았습니다. 1권보다는 흐름이 조금 더 나아 보이지만 거기까지. 2권을 다 읽고 내려 놓으니 읽는데 들어간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물론 저와는 다른 취향을 가진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유가오카에 가본 적이 있거나 지유가오카를 좋아하는 사람, 커피 소재의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찾아본다면 입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나카무라 하지메. 『코코로 드립: 지유가오카, 카페 육분의에서 만나요 1~2』, 김윤수 옮김. 은행나무 , 2016, 1만원.



은행나무 책이라 구입을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습니다. 은행나무 책은 불매운동 대상이지만 샀다고 하더라도 분리수거 하기 좋게 본체를 잘 분리해서 내놓았을 겁니다. 책을 태우는 건 지구환경에 좋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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