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하루 묵힌 글이 되었네요. 어제 오전에 쓰다가 병원 다녀오는 바람에 못쓰고, 그 다음에도 다른 일정이 있다보니 밀렸습니다. 그리하여 금요일 아침에 끄적끄적.'ㅅ' 오늘은 평소보다 잠을 잘 못잤는데 어젯밤 늦게 뭘 먹어 그렇습니다. 지금도 부었어요. 끄응. 식생활 관리는 건강관리의 기본인데 쉽지 않네요.


하여간 2시 반에 한 번, 3시 20분에 한 번, 4시 20분에 깨서 씻고 트윗에서 놀았으니. 이제 글 좀 풀어보지요.





엊그제. '90년대 여자아이들은 납치된 남자친구를 구하러 가는 세일러문을 보고 자랐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전 애니보다 만화쪽을 더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대원에서 전권 발매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화집 팔아버린 것도 아쉽고, 만화책 처분한 것도 아쉽네요. 하지만 드래곤볼처럼 새로운 강적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것은 세일러 우라누스, 그 다음이 세일러 새턴이었고요. 아, 초반에는 세일러 머큐리를 제일 좋아했으니 취향이 확 드러납니다. 하하하.;ㅂ;

애니메이션보다 만화를 더 좋아한 것은 턱시도 가면의 역할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이차이가 좀 있는데, 원작에서는 중2-고2로 턱시도 가면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렸어요. 그리고 턱시도 가면이 상징하는 것은 지구로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나옵니다. 즉, 애니메이션에서 느끼는 것처럼 병풍이나 셔터맨만은 아니었던 겁니다. 만화에서는 초반에 세일러문을 많이 도와주는 모습도 보이거든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비중이 적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거기에 제게 영향을 준 건 세일러문이 아니라 그 다음 것, 소녀혁명 우테나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소녀혁명 우테나쪽이, 만화는 마법기사 레이어스를 위시한 CLAMP 작품이 영향을 주었지요. 하지만 제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소녀혁명 우테나의 사상입니다.

(사실 영향을 준 애니메이션을 들려면 그 앞의 두 개를 꺼내 들어야 하지만 차마..-_- 당연히 나디아도 있습니다만, 그 뒤에 하나가 더 있지만 그쪽은 영향을 준 방향이 다릅니다.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영향을 받았던 거라 다르죠.)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자면 소녀혁명 우테나는 애니메이션을 못보고 모처에 올라왔던 아래아 한글 요약본만 보았습니다. M님이 구입하셨던 소녀혁명 우테나 관련 논문도 있었지요. 살아가자님이 쓰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슬프게도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흑흑. 지금 생각하면 그거 꼭 구했어야 했어요.



소녀혁명 우테나의 시작은 어느 소녀에 대한 극중극입니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소녀는 왕자를 만납니다. 그리고 희망을 얻고는 생각합니다. 왕자님 멋있어! 그러니 나도 왕자님이 되겠어! (...)

보통 왕자님을 만나면 소녀들은 왕자님의 신부가 되는 것이나 공주님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데 이 경우는 조금 많이 다릅니다. 왕자님이 멋지면 왕자님이 되는 거죠. 그게 더 좋지 않나요?



솔직히 소녀들이 필요로 하는 건 왕자가 아니라 파트너죠. 인생의 동반자. 그 길고 긴 인생을 함께 발 맞춰 걸어나갈 수 있는 동료, 혹은 반려자. 그러니 동반자. 왕자의 짝은 소녀도 공주도 아니고 시녀죠. 왕자를 잘못 만나면 공주가 되는게 아니라 시녀나 하녀나, 잘 해봐야 시종장이 되겠지요. 황후도, 왕이 되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린세스 메이커 2의 패러디로 나왔던 그 작품은 멋지게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소녀는 왕자를 만났고, 영웅이 되어 왕자를 손에 넣습니다.(응?) 이런 것이 더 멋지지 않나요? 왕자에게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왕자를 쟁취하는 겁니다! (...)



생각해보면 영향을 준 문구 혹은 소설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이라는 작가는 좋아하지 않고 소설도 거의 읽지 않았지만 이건 확실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읽고는 소설이 그렇게 오래된 것인데도 바뀐 것이 없다며 한탄했습니다. 지금은? 아뇨. 바뀌었습니다. 정말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케이스도 있지만, 적어도 독신으로 살고 있는 제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밤송이를 던질지언정 돌을 던지지는 않지요. 그리고 제 주변도 그렇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어가는 와중에서 점점 그런 것을 느낍니다. 그러니 제 뒤에서 자라날 세대들은 조금 더 나은 환경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다만.

'왜 잘난 남자들은 다 게이냐!'라고 BL 소설을 보며 부르짖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립심이 강하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 생각하고 결혼을 선택으로 놔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독신으로 늙다보니 후세대를 키울 가능성이 적습니다. 자신들의 기술을 후대에 전하고 자신들의 길을 따라 걷도록 하는 것은 .. 부족하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도 생각해야할 건데. 게다가 남자들을 키우는 것 역시 여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남자들 속에서의 사회화가 그렇게 된 것도 있겠지만 온전히 남자만의 책임으로 지워서는 안될 겁니다.

저야 후대를 보는 것은 포기했지만 여러 조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책임은 지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선대의 의무고 배려입니다.'ㅅ'




아, 그리하여 이 글의 결론은.-ㅁ-;

블루레이가 나온 걸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조만간 소녀혁명 우테나 블루레이 박스도 지르겠군요. 핫핫핫. 구입하게 되면 LD 박스랑 같이 사진 찍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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