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프님이 이글루에서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를 도향촌에서 말해보고 싶다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부터 제 꿈이 되었습니다. 비용의 문제 때문에 어디서나 다 해볼 수 있는 말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P5 오픈시간에 맞춰서 케이크 진열대 앞에 가면 해볼 수는 있습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가면 케이크가 4종 정도만 있거든요. 그러니 종류별로 하나씩 다 주세요는 적어도 거기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케이크의 경우엔 호불호가 있으니 다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로망이 되진 않더군요.
하지만 도향촌은 다릅니다.-ㅠ- 여기는 케이크와는 달리, 다 구입해서 쌓아 놓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온에서도 일주일 쯤은 거뜬하게 버텨내고 냉동했다가 먹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라고 하는 것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습니다.(훗)

그리고 얼마 전, 부푼 꿈을 안고 시도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월병과 그걸 먹었을 때 부대낄 속을 생각하니¹ 도저히 견딜 수 없더군요. 그 말을 시전하기엔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합니다. 1랭을 넘어서 마스터가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겠지요.


"전부 다 주세요!"




아래는 그 쓰디쓴 경험-수련부족임을 깨달은 그 날 저녁의 사진입니다.
그래도 나름 신나서 찍었다니까요.-ㅁ-



좀 많이 샀더니 이렇게 쇼핑백에 주십니다. 평소에 4-5개까지는 그냥 비닐봉지에 담아주시고요.'ㅂ'




안에는 이런 것이 들어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것은 호도수. 상자가 꽉 차서 못 들어갔습니다.




상자에는 월병이 가득! 십경월병은 좋아하니까 특별히 두 개를 골랐습니다. (왼쪽 상단, 囍라고 박힌 것이 십경월병)




이것이 도합 27000원이었습니다. 비싸지만 만족도는 높지요.-ㅠ-

囍자가 박힌 십경월병은 속에는 앙금과 견과류, 건과류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지요. 물론 위 용량에 따라 반응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오른쪽이 산동팔보. 앙금이 적고 속에 견과류 중심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말린 과일이 상대적으로 적더군요. 십경월병은 4500원, 산동팔보는 2500원. (이라고 기억합니다.)

십경월병 하단의 사각형은 화생수랍니다. 아몬드를 갈아만들었다는데, 아몬드 사브레와 닮았습니다. 그보다 더 기름지고 진한 맛이라게 다를까요. 하지만 사르르 녹는 것이, 커피랑 곁들이면 일품입니다.

그 위에 보이는 타원형이 마저수. 이건 참깨속이 들어가 있다는데 먹어보니 얇지만 짭짤한 것이 맛있습니다. 달고 짜긴 한데 짠맛이 조금 더 도드라지네요. 살짝 쫄깃한 느낌이 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 위로 보이는 태양같은 무늬의 월병이 장원병입니다. 이게 꽤 재미있던데요. 겉의 과자부분이야 다른 월병(십경월병이나 산동팔보)와 비슷하지만 검은 앙금이 아주 진한 맛입니다. 지금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대추가 들어갔다는데요, 그러니 이해가 확 됩니다. 마치 과자 사이에다 진한 양갱을 끼워 넣은 것 같은 맛이었거든요. 팥앙금에 대추앙금을 섞어 넣었다면 그런 맛이 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진하기 때문에 녹차와 잘 어울릴 겁니다. 부모님께도 다음에 하나 사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식이조절 중인 아버지는 조금 화내실지도?;

태공이 안고 있는 것은 호도수. 이것도 호두맛 사브레를 생각하시면 비슷합니다. 그보다 더 잘 부스러지긴 하네요. 이걸 컵에 두 개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죽이 된다는데 무서워서 아직 못해보았습니다. 아니, (괴식이 될까) 무섭다기 보다는 그냥 먹어도 맛있으니 뜨거운 물을 부어 죽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죠.;

상단 맨 오른쪽에 있는 오인수, 그 왼쪽의 천층수, 태공 오른쪽의 수피는 아직 안 먹어봤습니다.-ㅠ- 천층수는 지난번에 먹어보긴 했는데 오븐에 살짝 데워 먹는 것이 더 맛있다는 말에 주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훗훗훗.



이리하여 일용할 간식이 생겼습니다.(오늘은 십경월병으로!)




¹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도향촌의 십경월병은 두 개 이상 먹으면 속이 부대낍니다.(...) 물론 빈속에 두 개입니다.; 십경월병 외에 다른 월병도 섞어 먹든 아니든 한 번에 두 개 이상 먹으면 위에서 반란을 일으키더군요. 신물이 넘어오는 느낌이 살짝 있습니다. 제 위가 문제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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