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뿌띠 푸의 후식들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들었습니다. 지나다니는 길에 있으니 잠시 들러도 괜찮을텐데 이상하게 발이 안가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확 꽂혀서 르 뿌띠 푸에 다녀왔습니다. 12월 31일, 세밑, 2009년을 12시간도 남기지 않은 때의 일입니다.

위치야 빤히 알고 있습니다. 홍대 푸르지오 상가 2층에 있지요. 거기야 상가 생길 때부터 자주 다녔고 근처에도 갈 일이 많으니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안고 가게에 들어갑니다.
한데, 기대치가 좀 높았나봅니다. 가게는 생각보다 작더군요. 전시된 간식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규모를 생각하면 작다고 규정할 정도는 아니지요. 그리고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도 4인석으로 2-3개인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4인석이 아니라 2인석인지, 하여간 자리도 있습니다.
수는 적다고 하지만 어떤 케이크를 고를 것인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나만 살 것인가, 아니면 두 개를 살 것인가도 고민했고 포스팅 거리로 쓸만한 케이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결국은 두 개를 사왔더랍니다.




이날 칼디에서 꺼내 찍었는데 사진이 제대로 안나왔습니다. 흑흑흑.
오른쪽은 바닐라 푸딩(크림)이 깔린 초콜릿 디저트이고 왼쪽은 햄버거 케이크입니다.



아래는 바닐라 푸딩, 위에 시리얼을 놓고 견과류 초콜릿이라든지 시리얼 초콜릿이라든지 씹는 맛이 있는 것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왼쪽 옆으로 보이는 붉은 것은 라즈베리 소스(로 추정되는 것)을 젤라틴으로 굳힌겁니다. 시럽을 넣지 않고 저렇게 넣어 장식을 했더군요. 어, 그리고 빼빼로처럼 초콜릿을 입힌 막대과자는 솔직히 맗라면 사루비아라는 옛날 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느낌이었습니다. 으하하;



아, 그러고 보니 은박을 씌운 쪽에는 초콜릿 푸딩이 있습니다. 여기서 푸딩이라고 하는 것은 응고된 느낌의 푸딩이라기 보다는 커스터드 크림의 식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래의 바닐라 푸딩도 그렇고요. 거기도 단단하기 보다는 더 크림 느낌에 가까운 푸딩이고 위쪽도 가나슈보다는 덜 진한 느낌의 초콜릿 푸딩이라 보시면 됩니다. 양쪽을 섞어 먹으면 꽤 맛있지요. 게다가 씹는 맛도 있으니까요.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이 참 아쉬운 햄버거 케이크.
커다란 마카롱이 위 아래에 있고, 그 안에는 소스를 표현한 라즈베리 젤리, 그리고 고기패티 모양의 초콜릿이 있습니다. 견과류를 섞어서 울퉁불퉁하게 굳었기 때문에, 보면 바로 햄버거다! 싶을 겁니다. 후후후후.

하지만 햄버거 먹듯이 손에 들고 한 입에 베어먹을 생각은 못했습니다. 다 따로따로 조금씩 먹어보았는데 제 입맛에는 맛지 않더군요. 라즈베리 소스는 상당히 맛이 시고 강렬한데다 초콜릿은 달고, 마카롱도 그렇고요. 달고 신맛이 꽤 강해서 절반쯤 먹다가 두 손 들었습니다. G는 케이크를 먹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저 혼자 먹고 있었거든요. 물론 저 위의 초콜릿 디저트도 저 혼자 먹었으니 할말은 없습니다.;

최근 입맛이 꽤 바뀌었다고 생각한 것도 이 두 개의 케이크를 먹으면서 였습니다. 단 것을 생각만큼 잘 먹지 못하게 되었으니 아쉽네요. 그리고 케이크보다는 쿠키쪽을, 무스보다는 스폰지 쪽을 선호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가장 맛있게 보였던 케이크는 고구마 무스 케이크. 으어어억; 입맛이 왜 이리 변했답니까. 초콜릿 케이크는 지나치게 진해서 손이 안가고 말입죠. 엊그제 글로리아 진스의 초코퍼지 케이크에 낚여서 시켰다가 절반도 못 먹고 포기했던 걸 떠올린다면 입맛이 변한 건 맞나봅니다.


초콜릿과 마카롱, 무스케이크를 좋아하신다면 르 뿌띠 푸가 좋고 쿠키류를 좋아하신다면 쇼콜라윰이 낫겠네요. 하지만 저 센스만큼은 르 뿌띠 푸가 발군입니다. X케이크도 그렇지만 저 햄버거 케이크는 조앤 플루크의 「Cream Puff Murder 크림퍼프살인사건」에 나오는 치즈버거쿠키가 겹쳐져서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어쨌건 취향대로 골라가시면 됩니다.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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